개발자의 외부활동

언젠가 개발바닥에서 본 영상 중에 개발자의 외부활동에 대한 얘기를 나눈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과거 3D직종이었던 개발자가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되고 싶은 직업이 되었다.
실제로 전공과 관계없이 개발자가 되기 위한 교육도 많아지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개발자가 되고 있고 시도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지 시장이 커지면(수요가 증가하면) 당연히 공급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개발자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보니 유튜브를 하는 개발자들이 늘고,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하는 개발자도 늘어나고 있다.
내 경우도 패스트캠퍼스 초창기에 프로그래밍 강의를 제안받으면서 강의로서의 커리어도 시작했었다.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분들은 유명한 테크기업을 다녔던 개발자다보니 주변에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아, 아마도 주변에서 외부활동하는 개발자들을 (나보다는) 많이 봤을 것 같다.

이 글에서는 내 경험에 비추어 개발자의 외부활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볼까 한다.

외부활동이라고 하면 강의를 할수도 있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거나, 책을 집필할 수도 있고,
많은 활동이 있다.
기본적으로 외부활동은 개인이 휴가를 쓰고 하거나 근무 외 시간에 하기 때문에 본업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만약 영향을 끼친다면, 외부활동 행위보다는 본업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것을 질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책을 쓸 기회가 되면 꼭 써보면 좋고,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꼭 시도해보라고 한다.
하, 나도 그랬었다.
“다 경험이니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모든 사람은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커리어가 쌓인다.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분야, 하고 싶은 언어, 하고 싶은 직무에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력은 쌓인다.
첫 직장을 다닐 때만 해도 나의 경력은 회사로 온전히 결정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요즘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건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적은 것 같다.)

내가 강의를 시작했던 것은 운좋게 준비가 되어있었고, 기회도 왔고, 또 내가 잡았다. 책을 쓰게 된 것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회사에서는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쌓고 그 외 시간에는 강사로서, 저자로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바꿔 말하면 회사 외 시간에는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쌓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 개발자로서 걸어온 길을 생각해보면 늘 애타있고 쫓는 기분이었다.

적어도 내 경우에, 사람은 꽤 (많이많이) 쉽게 휘둘리고 가까운 달콤한 것에 쉽게 현혹된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만약 회사를 다니는데, 강의 제안이 와서 “한번 해보지 뭐~” 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40시간(1주일) 강의에 당신 월급 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얻었다면 어떨까. (그랬으면 좋겠다.)
어쩌면 강사로서의 커리어를 알아보고 강의를 늘리려고 노력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5년, 10년이 흐르고 나면, 커리어를 전환하기에 꽤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경우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선택이 끼치는 장기적인 영향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의 경우 현재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다면 내가 쏟는 에너지의 비중이 달라졌을 것 같다.

N잡이 쉬워진 세상이 왔고, 앞서 말한 외부활동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인 것은 맞지만
개발자라고 한다면, 내가 프로그래밍하는 인생의 Tradeoff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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