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오해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는데, 최근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떠오른 주제이다. 간단히 얘기하면 사업 아이템의 제안인데, 대체로 비슷하게 아이템에 접근하고 나에게 제안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생각을 써볼까 한다.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금 흐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수입이 고정적으로, 안정적으로 있어야 회사를 유지하기 쉽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제안받았던 아이템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 본인의 경험에 의한 아이템들이 많다. 본인이 속해 있는 회사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 봤다거나, 주변 얘기들로부터 어떻게 수입이 안정적으로 벌리는지 보고 생각한 아이템들이다.

내가 처음 이런 아이템을 제안받았던 것은 문자 서비스였다. 보통 SMS, LMS와 같은 문자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은 이 서비스를 잘 바꾸지 않는다. 마케팅, 고객 관리 등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면, 굳이 바꾸지 않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을 어느 정도 확보하면 크게 품 들이지 않고 고정 수익을 만들 수 있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 제안하셨던 분의 논리가 기억난다.

  • 기능 별거 없고 충전해서 문자만 나가면 된다.
  • 몇 개 업체만 영업하면 되는데, 내가 인맥이 있어서 할 수 있다.
  • 가격을 조금만 낮추면 그 시장의 xx%를 장악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왜 다른 사람은 안하는가?) 이런 구조를 모른다. or 만들 수 있는 개발자가 없다.

처음 제안 뿐만 아니라 여러번 제안 받았던 상황에서도 전부 비슷했다.

실제로 여러 번 제안받고, 개발도 해보고, 실패도 해본 사람으로서 느낀 생각은 이렇다.

  • 실제로 제공하는 기능이 많다. 매출이 발생하는 부분이 문자였을 뿐, 문자로 매출을 내기 위해 제공하는 수많은 기능이 있다. (실제로 연동형 상품도 많이 개발해서 락인시키는 경우가 많다.)
  • 인맥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면, A 기업의 담당자가 “가져만 오면 내가 넣어줄게~~”라고 얘기한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경우로 계약이 된 경우를 못 봤다.
  • 가격을 낮추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는 대부분 공통적으로 했었다. 그런데, 이 전제가 성립하려면 몇년, 길게는 10년이 넘게 기획 & 개발 & 운영되던 서비스만큼의 기능을 전부(에 가깝게) 제공할 때 얘기다. 그리고 그 가격도 유의미하기가 쉽지 않다.
  • 모르던 사람도 대부분 얘기를 듣자마자 쉽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내가 아는 개발자들은 “만들어만 줘. 내가 팔아서 캐시카우 만들어 올게”라는 설득에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경험으로 비추어 보니, (나에게 제안했던) B2B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영업”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당연히 B2B는 영업이 매우 매우 중요하지만, 영업만 중요하지 않다.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와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해서 “기획”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아마 기획까지 잘 갖춰진 후 개발을 시작하고, 프로토타입이 나온 시점에 사전 영업을 다니면서 사전 계약까지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 한 것 같다.

“도전”이라고 한 이유는, 대체로 그렇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쉬웠다면 사람들이 안 할 리 없다.


이 역시 누군가에게는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나는 다 겪고 나서야 깨닫고, 이제는 쉽사리 아이템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동그라미는 없고, 오답 노트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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