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없는 스타트업의 3년 – 3

다음 시리즈의 글로, 이 글은 세번째 글입니다.

  1. 투자없는 스타트업의 3년 – 1
  2. 투자없는 스타트업의 3년 – 2
  3. 투자없는 스타트업의 3년 – 3

회사 (최소한의) 체계 만들기

체계는 뭘 말하고, 언제 만들어야할까? 일단 내가 말하는 체계는 체계라는 거창한 말보다 오히려 회사 운영과 관련된 룰과 도구 정도 인 것 같다. 휴가를 관리하거나, 사내 메신저나, 회의록을 기록하는 공간이라던지.. 이런 것들이다.

처음 L,A,H 셋이서 시작할 때는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매일같이 붙어있고 얘기하고, 집에 가면서도 메신저로 대화하고 가서도 대화를 하다보니 사실 무언가 기록해서 나눠야 한다는 필요가 느껴지질 않았다. 약간 셋이 뇌가 공유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처음 직원을 채용했는데, 바로 문제를 알 수 있었다. 이 당시에 자리 잡혔던 툴은 슬랙뿐이었는데, 슬랙으로 휴가를 쓰겠다고 얘기하면 그냥 모두가 인지하는 것이었다.

“우와.. 저렇게도 되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많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생각보다 큰일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그런 대로 회사는 굴러가고, MVP 개발이 더 중요하다는 좋은 핑계도 언제나 있다.

그래도 다행인건, 셋다 체계를 경험해봤거나 체계가 없었을 때 구성원으로써의 불편함을 알고 있어서 여러 시도를 했다. ecount도 써보고, 휴가만 관리하는 것도 검토해보고, 메신저에 아예 최소한의 인사 기능이 들어있는 제품들도 검토했다.

이렇게 ERP라고 불릴법한 제품들의 특징은 너무 기능이 많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를 지원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많은 것으로 보였는데, 우린 불필요한 기능이 많으면 무시하면 된다기보다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사용하지 않았다. (아마 내기억에..)

노션이나 먼데이 같은 도구도 고민을 했었는데, 이런 도구들은 디자인이 좋아서 잘 쓰고 싶었으나 결국 장점이 단점으로 변했었다. 자유도가 높아서 초반 구성이 힘들고, 구성원 별로 세부 권한 조정이 안됐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결국 우리가 필요한 기능을 논의하고 만들었다. 사실 만들었다기 보다는 Django Admin 을 사용해서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구색만 맞췄다.

Django 프레임워크는 간단한 CRUD를 지원하는 백오피스를 매우 쉽게 만들수있는데, 검색이나 필터 등 생각보다 커스터마이징도 쉽고 잘만들어져있어서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에는 휴가 등록만 있었으나, 현재는 MOU를 맺은 회사와의 매출 정산 데이터를 자동으로 계산해주거나 세금계산서 발급, 휴가 신청, 재택 관리, 근태 관리 등이 추가되었다.

지금은 구성원이 5명이라 과거보다 더 ERP가 잘 작동하고 있는데, “시스템”이라는 존재가 주는 접근성이 확실히 다르다. 재택 신청도 캘린더를 연동해두고 자동으로 등록된다던지 출퇴근 시간도 자동으로 기록한다던지. 사실 결국 구성원 모두가 확인할 수있는 정보인데 메신저에 공지하는 것보다 시스템에 등록하는 것이 훨씬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회사 체계라면 경영 관련해서 더 많은 내용이 있겠지만, 개발자로서(?) 시스템을 구성한다는 관점에서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 회사는 아주 최소한의 체계는 갖췄다. 하하 최소한 “태더. 저 다음주에 휴가좀 쓰겠습니다.” 라는 소통은 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이미 이 길을 가본 분이라면 “이런 것도 있으면 좋다”를 제안해주시면 너무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알리기

브랜딩이라고 쓰고 싶었지만 너무 거창해서 바꿨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렵고, 시도도 많이 못했다. 회사의 브랜딩도 있고 각 서비스의 브랜딩도 있다. 게다가 대표도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서로 유기적이지 않을 까 생각하지만, 역시 잘 모를 때는 셋 다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동안 시도해본 것이라고 하면, 회사 유튜브가 있다. 비디어스를 만들면서 겪었던 내용들을 담았다. 대표 셋이 나와서 정부지원사업과 관련된 얘기도 해보고, 서비스에 대한 얘기도 했었다. 가장 최근 영상이 9개월 전인데, 너~~무 일이 많다보니 밀렸다. 귀엽게 시작하고 마무리됐지만 해커톤도 있었다.

서비스의 브랜딩 중 첫번째로는 비디어스 유튜브가 있겠다. 영화 전공인 H가 고전을 기반으로 직접 대사를 작성하고 A와 함께 배우 섭외, 촬영, 편집, 업로드까지 전부 담당해서 있다. 1달에 한개 릴리즈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꽤 잘 유지되고 있다.

두번째는 필름업 인스타그램이 있다. 역시 영화를 전공한 H가 영화제 정보를 몇년째 꾸준히 올리고 있다. 이 정보는 필름업 웹에도 업로드가 되고 있고, 덕분에 꽤 팔로워가 많다.

그리고 그동안 못해온 대표 브랜딩을 시도해보고 있다. 역시 브랜딩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지만, 일단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해보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마찬가지다. 물론 AH도 나처럼 드러내고 있다.

이 글로 LAH라는 회사나, 우리의 서비스나, 혹은 나 라는 개인에 대해 (어떤) 인식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과는 별개로 “알리기”는 이제 시작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장 어려운 것을 끝으로, 세 편의 시리즈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이 모든 것이 병렬지속되는 것이다.

뭐든 행동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고, 그 것을 지속하는 것은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그걸 해내야 하는 자리에 굳이 위치했다.

누군가 우리의 숙제를 보고 채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너무 아플것 같기도 해서 그저 따봉하나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아파도 미리 맞아야할텐데..

하하 의심의 여지없이, 응원과 채찍 둘다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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