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외주에 관하여

스타트업에서 외주를 한다는 것은 언제나 갑론을박이 있는 주제이다. 정부지원사업처럼 “해야한다“와 ”하지말아야한다“가 나뉜다. 이전에 포스팅한 “투자없는 스타트업의 3년”에서 외주 개발을 언급하긴 했지만,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한다. 어쩌면 LAH가 외주를 하게 된 당위를 찾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회사가 정부지원사업을 하고, 외주를 하는 이유는 아마 돈일 것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돈이 필요하니, 힘들어도 제안서를 쓰는 것일 테고, 서비스 개발을 하면서 굳이 외주까지 진행하는 것이다.


만약 돈이 많았다면 어땠을까. 대표가 돈이 많아서 충분히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 할 수 있어서 열심히 서비스만 개발했다면 어떤 그림일까. 훌륭한 분들을 모시고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었겠지. 아, 돈이 많은 걸 전제로 하니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

만약 외주나 정부지원사업 없이 “헝그리 정신”으로 서비스만 열심히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희망적으로 생각했을 때 서비스의 현재 스테이지가 조금 더 빨랐을 것 같다. 그 외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현재 운영중인 서비스의 DAU나 Retention 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돈을 벌고 있진 않다. 아마 많은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얘기 말고 희망적으로 좀 더 생각해보면, 앞서 얘기한 현재 시기가 빨리 지나고 서비스가 꽤 잘 되어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헉.. 가정만 했는데도 행복하다..

그렇다면 서비스 규모가 커진 것 만큼, 회사의 기술력도 따라 성장해야하고, 운영 경험도 필요하다. 이벤트를 했을 때 트래픽이 몰리는 것을 대비해서 미리 준비할 수 있어야하고, 장애가 났을 때 빠르게 파악하여 복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연히 서비스가 바이럴을 타고 대흥행 되었는데, 대응을 못하고 며칠 내내 503 Service Unavailable 을 띄워놓으면 어떡하겠는가.

회사가 이런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하며 쌓거나 경험을 쌓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겨우 회사를 운영할 정도의 돈을 벌고 있는 회사가 과연 이런 경험 있는 개발자를 채용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런 분들을 모셔오기 위해서는 이미 팀원 구성이 비슷하게 잘 되어있어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이거나, 좋은 조건으로 모셔온 후 그러한 환경으로 나아가는 방법 뿐인 것 같다. 아니면 본인이 그런사람이거나.. 파트너로 같이 할 수 있거나…

그렇다. 이러한 전제라면 아이러니하게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돈”으로는 택도 없다. 그러니 이미 투자를 받았거나, 서비스로 애초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이 가정은 어떤 걸 의미할까. 결국 내실을 다져야 한다. 투자를 받기 위해 노력도 하고 서비스로 매출을 내려고 노력도 하지만 결국 내실을 다져야 한다.

개발조직은 개발의 질과 양(속도)도 올려야 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늘 최소한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갑자기 서비스가 어딘가에 공유되어서 트래픽이 급증하면, 최소한 수동으로 서버를 하나씩 늘리더라도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이라도 마련해놓아야 한다. 이런 부분은 사실 경험 이외에는 얻기 어려운 부분이다. 약간.. 근육 같은 느낌이다. 계속 찢어지는 경험을 해야 단단해지는 것 같다.

그러니 많은 개발자들이 트래픽 많은 서비스 회사에 가고 싶어하고,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라도 있다면 적극적으로 학습한다.

현재 시점에 외주는 우리에게 꾸준한 운동 같다. 어찌어찌 근육으로 조금씩 붙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외주는 단순히 앱이나 웹을 만들어서 코드를 전달하고 끝나는 외주가 아니라 운영을 포함하는 외주이다. 용어가 외주라서 조금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파트너에 가깝다. 외주를 맡기는 회사는 대부분 우리 서비스보다 안정적이다. 꽤 큰 매출이 나는 서비스도 있고, 다양한 서비스 지표가 우리 서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이런 서비스들을 운영하니, 자연스레 장애 경험도 많이 생기고 복구하고 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제는 꽤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팀원이나, 운영팀원들이 매우 성장해왔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만약 어떤 스타트업이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용자를 모으고 매출을 일으켜서 빠르게 엑싯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런 과정은 맞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용자를 모으고 매출을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빠르게 엑싯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엑싯은 때가 오고, 기회가 오면 옵션 중 하나가 될 뿐이지 결국 목표는 내실을 다져서 단단한 회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지금 하고 있는 외주를 맡겨준 회사들은 고마운 파트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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