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스라이팅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하루를 아침 일찍 시작하길 좋아한다. 아내는 정반대.

가끔 아내와 주말에 오픈런으로 쇼핑을 가거나 조조영화를 보는 등 아침 일정을 소화하면, 돌아오는 길에 늘 내가 “아침 일찍 나와서 하니까 완전 좋지” 라고 얘기한다.

오늘은 무려 아침 7시 10분 영화를 같이 봤다.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불구하고 타임스퀘어에 차가 몇 대 없고 줄은 커녕 논스톱으로 주차장까지 도착했다. 도착시간에 여유도 있어서 커피도 사서 갔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9시 40분이었다. 쇼핑을 할 계획이었는데, 타임스퀘어 오픈이 10시 30분이었다. 여유가 너무 좋아서 주변 구경도 다니고 앉아서 수다도 떨었다. 마침 배도 고파서 햄버거도 하나 사 먹고.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런지 타임스퀘어 중앙에 많은 트리와 팝업 스토어들도 있어서 구경했다.

10시 30분이 되어서 쇼핑하고, 점심까지 먹고 나오니 12시 정도 되었다. 주차장에서 나가는데, 타임스퀘어로 들어가는 차량 줄이 말도 안됐다. 진짜 길고, 차가 움직이지도 않고, 눈까지 와서 교통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오늘도 역시나 집에 가면서 아침 일찍 나와서 좋은 점에 대해 떠들었다. 이 많은 걸 하고 집에 왔는데 1시도 안되었다니. 내가 계속 떠드니까, 아내는 세뇌시키지 말라며 완전 태스라이팅이라면서 놀렸다. 그래도 내 반응은 한결같다. “아니 세뇌는 아닌데, 그래도 진짜 좋긴 좋지!”를 되뇐다.

“내일 또 조조 볼까?”라고 물으니, “좋은 거 알겠는데 쉬는 날 일찍 일어나고 싶지 않다고~~~~”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오늘 영화는 아내가 보러 가자고 했다.

아내는,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보는 것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어서, 가끔 도전정신이 생길 때 오늘처럼 외치고 늘 후회하는 편이다. 난 그걸 알지만, 기회가 오면 쟁취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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