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를 봤다

먼저 오펜하이머 영화에 대해 얘기하기전에, 총평부터 쓰자면 너—-무 재밌게 봤다.
플레이 타임이 길다고 했는데, 정말로 길다는 생각도 못 한 채 봤다.

1. 첫 번째로 역시 놀란 감독 영화는, 음악이 다한다. 정말 보고 있는 화면은 특별하지 않은 장면이지만 음악으로 너무 특별하게 만든다. 사실 음악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소리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 폭탄이 터질 때 사용하는 소리도 그렇고, 긴장이 고조될 때의 음악이나 너무 몰입되었다. 더군다나 과거와 현실이 오갈 때도 소리를 통한 트랜지션의 느낌을 받은 부분이 있었는데, 너무 좋았다.

2. 오펜하이머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나 스스로의 생각은 굉장히 암시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 암시적인 것을 어느 정도 “암시”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런데, 오펜하이머를 제3자가 바라보는 입장을 표현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직설적이었다. 이러한 감정 표현이 너무 와닿았다. 오펜하이머의 아내가 오펜하이머를 나무랄 때, 오펜하이머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표현하는 데 반해, 비공개 청문회에서 불륜이 드러날 때는 정말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내 모습을 비출 그릇은 아니지만, 조금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모습보다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더 신경 쓰는 편이니까, 나를 포함해서.

3. 정치적인 표현과 공학자의 표현이 대립하는 모습이 직관적으로 드러나서 재밌었다. 정치적으로 원하는 문장 또는 답변이 듣고 싶어 유도하지만, 오펜하이머는 그렇게 대답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확답을 위해서는 많은 전제가 필요하고, 전제가 없다면 결국 열린 결말밖에 답할 수 없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이러한 의사소통을 매-우 좋아한다. 어떤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질문한 사람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대화하는 서로가 서로의 맥락과 배경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앞서 말한 영화 내용대로 “전제”가 “맥락”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이렇다보니,
“주량이 얼마나 돼?”라고 물어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친한 친구랑 먹으면 정말 많이 먹을 수 있는데..”
“점심부터 자정까지 먹으면 x병 까지 먹을 수 있는데..”

사실 이런 생각이 들고, 다시 되묻고 정확히 대답하고 싶지만, 당연히 그렇게 하진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너-무 재밌게 영화를 봤다. 이렇게 몰입해서 영화를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몇몇 사람들은 베드 씬이나, 폭발 씬에 대한 얘길 하지만, 정말 몰입에 있어서 필요한 만큼 너무 잘 표현이 되어서 만족스러웠다.

시간이 흐르고 OTT에 나온다면, 몇번이고 보게 될 영화일 것 같다. 여느 다른 놀란 작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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