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상 – 보리차 먹는 아내

결혼식을 기점으로 하면 만 2년이 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만, 결혼 전 신혼집에서 살았던 기간까지 하면 이제 만 2년이 다 되어 간다.

아내와 살면서 겪는 일상을 소소하게 풀어볼까 한다.

어느 관계건, 서로 비슷해서 끌릴 수 있고, 서로 달라서 끌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부분도 있고, 많이 다른 부분도 있다. 아내와 나는 생각 이상으로 다르다. 꼭 얘기하고 싶은 건, 다른 것이 나쁜 게 아니다.

아내는 분명 크게 호불호가 없는 사람이었다. 많은 면에서.

아주 사소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난 정수기 물을 좋아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어렸을 때는 엄마가 보리차를 끓여줬지만, 독립한 이후로는 당연히 끓여 먹지 않고 정수기 물을 먹었다. 언제나 계약 기간과 관계없이 정수기를 쓴다는 건 나에게 선택권 없이 필수였다.

그런데, 아내는 독립한 적이 없고, 장모님이 오랫동안 보리차를 끓여주셨다. 그리고 아내는 인지 못 했다.

그래서 처음엔 같이 물을 잘 먹었다. 그런데, 언젠가 갑자기 보리차를 한번 끓여보겠다더니.. 놀랍게도 이제 정수기 물을 마시지 않는다.

생활 패턴을 보면, 나는 저녁 10시 근처가 되면 침대에 누워서 잘 준비하는데,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보리차를 끓인 물이 냄비에서 식혀지고 있다. 어렸을 때 생각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리차를 먹을 때면, “장모님이랑 똑같네~~~~” 라고 놀리면, 아무 말 않고, 그저 때린다. 똑같다는 얘기다.

물 하나로 즐거운 신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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