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추억

오늘은 오랜만에 대학교 형들을 만났다. 사실 최근 결혼식에서 얼굴은 봤는데, 술자리는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어느 모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얘기를 나누면 어떤 모임이건, 그 시절의 얘기를 나누게 된다. 같은 얘기를 만날 때마다 해도 재밌기 마련이다.
어김없이 오늘도 그 시절 얘기가 나왔다. 대학교 형들이지만, 정확히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일이다.

석사 때 형들과 술을 자주 먹었었고, 생각 없이 먹었다. 24~25살 때였는데, 친한 형과 학교 주변에서 술을 꽤 취하게 먹고 늘 맥주를 들고 PC방에 가서 LOL을 즐겼다. 그 당시에 디스코드는 없었지만 어쨌든 다른 형들과 음성채팅을 하면서 게임을 했었다.

당연히 지금은 PC방에 뭔가 먹을 거나 마실 거를 사가면 제재하지만, 그 당시에는 안 그랬었다. 물론 맥주였으니, 걸렸으면 쫓겨났을 것 같긴하다..

나는 게임을 잘하는 편이 아닌데, 더욱이 LOL 처럼 피지컬과 전략이 중요한 게임은 더더욱 못했다. 거기에 만취해서 게임을 하는데, 잘할 리가 없었다. 그러다 한번은 너무 자주 죽어서 키보드를 때린 적이 있다. 그 당시 같이 있던 형들은 뭐 키보드를 부수려고 했다고 하지만, 좌우 방향으로 키보드를 쓸면서 “드르륵”했던 기억이 있다. 그 소리가 음성채팅을 통해 다 흘러갔고, 당시 PC방 알바생이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라고 주의를 줬었는데 그 소리마저 음성채팅으로 흘러갔다.

그렇게 놀리기 좋은 일화가 없다. 아직까지도 키보드 부수는 소리가 생생했다거나, 알바생 목소리가 짠했다거나.. 만나면 늘 놀린다. 심지어 알바생이 했던 말을 따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진짜 부수는 줄 알았다”와 “그정돈 아니었다”로 팽팽하지만, 현실은 내가 심신미약이라 설득력이 없긴 하다.

시답잖은 얘기를 하는 사이로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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