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랑 여행기 2일차

오늘은 무이네 선셋 투어를 다녀왔다.
지난 일본 여행 때, 투어 일정을 잘못 확인한 이후로 아내가 매번 놀려서, 몇 번이나 일정을 확인했는지 모른다.

조식 먹고 준비하고 오전 8시에 호텔로 온 픽업온 차량에 타고, 4시간을 달려서 무이네에 도착했다.

다들 촬영하려면 흰옷이 이쁘다는 얘길 들었는지 전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사무실에 있었다. 아내와 나는 준비가 일찍 끝나서, 바로 투어를 출발했다.

첫 일정은 점심 식사라, 점심과 함께 맥주한잔 하고, 짚차로 옮겨탔다.
가면서 에어컨을 기대했으나 헛된 기대였다.

다음 일정은 요정의 샘이었는데 모래 위로 물이 흐르는 곳을 물길 따라가는 것이었다. 신발을 벗고, 물길 끝자락에 가니 붉은 절벽이 있어서 볼만 했다.
정말 잘 쳐준 셈 치고, 브라이스 캐니언의 미니어처 버전 정도였다.

뭐 베트남 여행이 다 그렇겠지만, 일단 한 낮에 가기엔 더웠다. 샘이라고 하니 시원할 것 같지만, 정말 가끔 나오는 그늘에서나 잠시 시원한 정도다.

”지금 이 공간에 있는 사람 중에 나만 땀에 절어있는 것 같아“

라고 아내에게 얘기했다. 그렇게까지 덥지 않은건 알겠는데, 땀 많은 나에겐 너무 더웠다.

그렇게 요정의 샘을 지나고, 바다 근처에 포토스팟이 있대서 갔다.

비로소 짚차를 빌린 이유를 알았다. 바다를 배경으로 짚차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무엇보다 기사님이 사진을 너무 잘 찍어줘서 좋았다. 그런데 웃긴 점은 아내와 나는 사진 찍는 걸 즐기지 않는다.
거의 5분 만에 다 찍고, 바로 다음 일정으로 갔다.

용과 밭이었는데, 정말 별거 없어서 여기도 5분만에 나왔다.

이렇게 몇몇 스팟을 5분 만에 나오니 화이트 샌듄에 예정 일정보다 30분 이상 일찍 도착했다.
사막 같은 곳이었는데, ATV를 탈 수 있어서 아내랑 같이 타고 사막 한 가운데로 갔다.


ATV는 안전장치가 소홀한 놀이기구 느낌이었는데, 재밌고 무서웠다.
아내의 평은 ”너무 무서우면 소리도 못 지르는 거 알지. 딱 그랬어.“였다.

화이트 샌듄은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는데, 덕분에 모래가 온몸을 때려서 아팠다.
그럼에도, 옆에 강과 함께 있는 모래 뷰는 너무 멋있었고, 바람 덕분에 모래 위로 얕게 흩날리는 표면도 정말 멋있었다.

그렇게 화이트 샌듄 일정까지 보내고, 마지막 일몰을 보기 위한 레드 샌듄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쯤이었는데 일몰 시각은 오후 6시 근방이었다.
그늘을 찾아다니며 구경하다가 역시나 혼자 땀에 절어있을 때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ㄱ?“ ”ㄱ“

너무 더웠고 사진엔 관심 없고 일몰도 별로 기대되지 않아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기사님에게 갔다.

파파고를 켜고, ”투어를 종료하고 싶습니다.“ 라고 써서 보여주고 투어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오니 다섯시가 조금 안 되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투어 사무실 옆에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투어에 포함된 음식은 쌀국수, 분짜 같은 음식이었는데, 우리는 보고야 말았다. 메뉴판에 삼겹살과 소주를.

아내와 눈이 마주치고, 둘 다 고민하는 척을 조금 하고, 삼겹살과 소주에 쌀국수를 시켰다.
저녁 먹는 내내 우리의 판단에 연신 박수를 치면서, 기분 좋게 즐겼다.
그리고 약속했다. 돌아가는 날 저녁은 삼겹살이라고.

그렇게 선셋 없는 무이네 선셋 투어를 마쳤다. 여행이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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