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썰] 학창 시절의 나

초등학생 시절의 나는 수학을 많이 좋아했다. 문제 푸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수학 익힘책을 매 학기 초에 다 풀어서, 매번 선생님께 되려 혼나고 지우개로 다 지웠던 기억이 있다. 근데, 수학만 그랬다.

당시 엄청난 운빨로 중학교를 전교 1등으로 입학하여, 학생 대표로 선서하는 기염을 토했다. 왜 운빨이냐면, 바로 첫 중간고사부터 1등은커녕 두 자릿수 안에도 못 들었기 때문이다.

중학생 시절에는 반에서 10등 언저리였고, 전교로 보면 100등 내외였다. 그렇게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하위권은 아니다 보니 어느 정도 공부에 흥미가 있었다. 덕분에 졸업 후 꽤 공부를 잘하는 고등학교로 갔다.

고등학생이 되고,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정확히는 수학 외엔 너무 재미없었다. 학원에 다녀보기도 했으나, 중학생 때처럼 별 부담 없이 했다. 그랬더니 당연하게도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2학년 1학기가 돼서는 전교 2등을 했다, 뒤에서.

내 기억에 거의 570~580명 정도가 한 학년에 있었는데, 맨 뒤에서 2등을 하고 나니 완전히 관심이 없어져서, 야자도 하지 않고 원 없이 놀았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야자가 선택이었는데, 덕분에 정말 원 없이 놀았다. 게임도 많이 하고 노래방도 많이 가고.

그렇게 2학년이 돼서 충격을 받고, 이러다 대학을 못 가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전학이었다. 부모님께 얘기해서 성적이 낮은 학교로 전학시켜달라고 했다. (그 당시 비평준화 지역이었다). “거기 가면 내가 공부를 잘하는 편일 테니 내신도 쉽게 관리할 수 있고, 대학 갈 수 있겠지.”라고 정말 얕디얕은 생각을 했었다.

당연히 전학은 못 갔고, 아버지는 그냥 대학 가지 말고 공장에서 기술을 배우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고3이 되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고3의 마법..?) 고3이 되니 공부를 해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대학은 가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3월 모의고사를 봤다. 제일 기억에 남는 과목이 영어와 수리인데, 영어는 원점수 18점에 9등급이었고 수리는 4등급이었다. 혹시나 해서 쓰는 거지만, 찍은 게 아니고 풀었었다.

학교 영어 선생님께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많이 당황하셨다. 고3 첫 모의고사에서 9등급은 처음 보신 것 같았다. 아마, 비평준화 지역이었던 기간 동안은 내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ㅋㅋ)

그래서 영어는 고1이 푸는 문제집을 시작으로 공부했고, 다른 고3 친구들 공부하듯이 공부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내가 제일 열심히 안 했던 것 같지만, 그 당시 생각은 그랬다.

그렇게 고3을 보내고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영어 5등급과 수리 2등급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성적이 나왔지만, 당연히 운이었다.

결국 수능에서는 언수외 전부 5등급에 과탐 4과목도 전부 5등급이 나왔다. (이과는 역시 물2지! 라며 물1,화1,생1,물2를 봤었는데 무슨 자신감이었나 싶다.) 수능을 보고 집에 와서 채점하고 오열했다. 너무 억울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양심이 없었다. 고작 1년 하고 기대한 꼴이라니.

하여튼 그렇게 올 5등급이라는 세상의 중심에 서고, 점수에 맞춰 대학교를 지원했다. 과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서, 컴퓨터공학으로 고정하고 점수만 맞춰서 지원했다. 당연히 상향 지원했던 학교는 다 떨어지고, 하향 지원이라고 생각했던 안양대학교 강화캠퍼스마저 대기를 받고 겨우 붙었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학창 시절이 끝났다. 철없이 보낸 학창 시절인데, 이상하리만큼 아쉬운 부분도, 후회하는 부분도 없다.

2 Comments [과거썰] 학창 시절의 나

  1. Alsis

    지나간것은 지나간대로 의미가 있기 때문일까요 후회가 조금은 있을 법하다 생각하였으나 없다니 신기하군요.. 뭔가를 성취하고싶다는 동기를 느끼는 시점이나, 그걸 위해 노력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지요. 그 이후 대표님은 나름의 방향성을 갖고 전공 공부 열심히하며 살았기 때문에 고교시절의 국영수공부에 후회할 필요가 없는게 아닌가 혼자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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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lghost

      맞아요. 분명 그런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어떤 과정이건 간에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어쩌면 고교시절에 공부를 안했기 때문에 전공 공부를 열심히 했을 수도 있어요.
      저는 현재의 제가 마음에 들기 때문에, 후회하는 마음이 안드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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