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의 양날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인 것을 좋아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굳이 비효율적인 것을 선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리사가 물을 끓이는 동안 재료를 다듬는 것도 효율이라고 할 수 있고, 개발자가 테스트&빌드&배포하는 도중에 문서화를 하고 있다면 이것 역시 효율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학창 시절에도 효율적인 것을 좋아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진 못했지만.
내가 수능을 봤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수시 비중이 높지 않아서, 정시로 대학을 가는 비중이 꽤 높았고, 나는 공부를 너무 안 하다 고3이 되어서야 시작했던 터라, 공부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난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도 모르고, 그냥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고1 교재로 공부를 했었다.

학창 시절의 효율이라면 뭐가 있을까? 기억나는 건 수포자, 언포자와 같은 것 아닐까 싶다.
난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서, 언어를 포기했었고 언어 시간에 다른 공부를 했다. 영어를 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그래도 수업 시간에 맞는 공부를 하고, 자율 학습에서 나누는 것을 권장했지만, 당연히 듣지 않았다. 이미 난 내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대로 할 뿐이었다.

난 학창시절에 성실하지도 않고,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라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내 경우에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비효율적이었던 것 같다.

어떤 어른은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한다. 지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보여도, 다 쓸데가 있다 라고.
지금은 너무 공감한다.
요즘도 그렇지만, 몇 년 전 특히 T자형 인재라며 자신만의 특기도 있으면서 다방면으로 아는 사람을 좋게 대우했었다. 만약 어렸을 적 “일본어”와 같은 제2외국어 시간에 수능 공부를 하지 않고 잘 배워두고, 성인이되어서 까지 이어갔다면 T자형에 가로로 왼쪽 한줄 정도는 그었을지도 모른다.

두서없이 얘기했지만, 결국 효율적이라는 것은 분명 어떤 것을 희생하면서 해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효율적이라는 것은 대체로 과정보다 결과를 가지고 평가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학창 시절은 수능이라는 거대한 (단 하나의) 목표가 있으니, 예외라고 치고, 사회에 나와서 학습을 하는 데 있어서 “효율”은 잘 활용해야 하는 개념이다.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효율보다는, 습득하는 시간, 노력에 대한 효율을 고민하는 것이 좋다.

코딩으로 치자면, 클론 코딩 강의를 들으면서 1주일 만에 그럴싸한 웹사이트를 똑같이 만들면서 이해하는 것보다, 클론 코딩 강의를 듣더라도 한 달 동안 (굳이) 전혀 다른 나만의 웹사이트를 만들면서 고생하는 것이 습득에 대한 효율이 훨씬 좋을 수 있다.

사실 대학교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웹 혹은 앱 개발자가 될 건데, CS 과목을 그렇게까지 잘할 필요가 있냐고 묻기도 한다. 그냥 개념만 알고 개발 많이 하면 되지 않겠냐고.

일단 나부터 효율을 내려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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